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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한화오션, 미국 USTR 대표와 회담…한미 조선업 협력 강화 시동

돌담쟁이 2025. 5. 17.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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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대표적인 조선업체 HD현대와 한화오션이 미국 무역대표부(USTR) 고위 관계자와 각각 회담을 갖고 조선 분야에서의 양국 간 협력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했다. 이번 회담은 한국 조선업계가 글로벌 안보와 경제 공급망 재편 흐름 속에서 중요한 전략 파트너로 다시 주목받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조선산업/픽사베이

미국 측 요청으로 진행된 고위급 회담…조선업이 통상 협력 ‘핵심 의제’로

2025년 5월 16일, 미국 무역대표부의 제이미슨 그리어(Jamison Greer) 대표는 제주를 방문해 HD현대 정기선 수석부회장, 한화오션 김희철 대표와 각각 별도의 회담을 가졌다. 그리어 대표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통상장관회의 참석차 방한 중이었으며, 이들 회담은 미국 측의 제안으로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어 대표의 이번 만남은 단순한 친선 방문이 아닌, 향후 한미 고위급 통상 협의에서 한국 조선산업이 주요 논의 의제로 떠올랐음을 시사한다. 특히 글로벌 안보 환경의 변화, 미·중 패권 경쟁, 반도체 및 방산 분야 협력 강화라는 시대적 흐름 속에서 한국의 조선업은 단순한 산업을 넘어선 ‘전략 자산’으로 인식되고 있다.

HD현대, 미국과 ‘함정 동맹’ 강조…공동 기술개발 및 인력 교류 제안

HD현대는 이날 정기선 수석부회장이 직접 그리어 대표를 만나 선박 건조, 해양 장비, 항만 크레인(안벽 컨테이너 크레인) 등을 포함한 한미 조선산업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회담에서 정 부회장은 HD현대중공업과 미국 방산 조선사 헌팅턴 잉걸스(Huntington Ingalls Industries) 간 협력 사례를 소개했다.

이 협력은 단순한 기술 협력이 아니라, 공동 방산 프로젝트 수행과 설계 기술의 상호 이전 등 고차원적인 연대다. 정 부회장은 “한국 조선업의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과 생산 능력을 바탕으로, 미국과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확대할 수 있다”며, 공동 기술 개발, 선박 건조 협력, 기술 인력 교류 프로그램 등을 제안했다.

이러한 제안은 미국이 최근 자국 내 조선 인프라를 확대하고자 하는 정책 기조와도 맞물려, 실제적인 협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또한 HD현대는 미국 내 중국산 항만 크레인 독점 문제와 관련해 HD현대삼호중공업의 크레인 제조 역량을 소개하며, 공급망 다변화를 위한 협력 강화 방안도 제안했다. 현재 미국 항만에서 사용 중인 크레인의 약 80%는 중국 국영기업 상하이진화중공업(ZPMC) 제품으로, 이는 2023년 기준 세계 시장 점유율 72.8%보다도 높은 수치다. 이에 따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4월 9일, 중국산 부품이 사용된 크레인의 불공정 행위를 조사하라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교체 움직임을 공식화했고, 미국 무역대표부(USTR)도 같은 달 17일 중국산 크레인에 대해 100% 추가 관세 부과 방침을 발표했다.

한화오션, 미 해군과 MRO 사업 성과 부각…정비·수리 산업으로 확장

같은 날 오후에는 한화오션 김희철 대표가 그리어 대표와 별도의 회담을 진행했다. 김 대표는 이 자리에서 한화오션이 국내 최초로 수행한 미국 해군 군수지원함(MSC) 정비(MRO) 사업의 성과를 소개했다.

2024년 8월 한화오션은 미국 해군 군수지원함 ‘월리 쉬라(Wally Schirra)’호의 정비 프로젝트를 수주했으며, 이후 약 7개월에 걸쳐 성공적으로 정비를 완료하고 2025년 3월 미국 측에 인도한 바 있다. 이는 한국 조선소가 미 해군의 군함을 정비한 첫 사례로, 미국 방산 분야에서 한화오션의 기술력을 공식 인정받은 결과로 평가된다.

김 대표는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 정비를 넘어선 조선소의 ‘역량 인증’이자, 한미 조선산업 협력의 대표 사례”라고 강조하며, 정비(MRO) 산업 확장, 부품 공급 체계 연계, 친환경 군함 개발 협력 등을 포함한 다양한 제안을 전달했다.

전략 산업으로 부상한 조선업…한미 경제안보 동맹의 핵심 축

조선산업은 더 이상 단순한 수출 기반 제조업이 아니다. 특히 함정, 군수지원함, 항만 크레인, LNG 운반선 등은 글로벌 안보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으며, 경제안보(Economic Security) 개념 속 핵심 인프라로 주목받고 있다.

미국은 자국 내 방산 및 조선 생산 기반이 약화됨에 따라, 한국과 같은 고급 조선기술 보유국과의 협력 확대를 적극 추진 중이다. 미국 내 크레인 수급 불안, 중국산 장비 의존도 문제도 한국과의 협력으로 해소할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한국 조선업계 또한 이번 면담을 계기로 미국 방산 시장 진출, 기술 협력 확대, 안정적인 물량 확보 등 다각적인 기회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조선업, 이제는 통상외교의 ‘게임체인저’

이번 HD현대와 한화오션의 회담은 단순한 산업 협의가 아닌, 양국 통상외교의 ‘전략 게임’에 조선업이 핵심 플레이어로 부상했음을 보여주는 사건이다. 특히 미국의 요청으로 이루어진 이번 회담은 한국 조선업계에 새로운 기회의 창을 열어주는 전환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 한국 정부와 산업계는 이러한 흐름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조선업의 글로벌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하고, 기술 자립과 안보 동맹이라는 이중의 전략적 목표를 달성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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