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16년 만의 원전 수출 쾌거: 체코 26조원 사업 수주… 넘어야 할 산은?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이 마침내 26조 원 규모로 추정되는 체코 신규 원자력발전소 2기 건설 사업의 최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는 쾌거를 이뤘습니다. 이는 한국전력이 2009년 수주한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1~4호기 사업 이후 무려 16년 만에 성사된 대규모 'K-원전' 수출이라는 점에서 국내 원전 산업계에 기념비적인 사건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경쟁국이었던 프랑스전력공사(EDF)가 법적 대응을 예고하고 있어, 최종 계약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남아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체코프라하/픽사베이출처

 

1. 체코 원전 사업 개요 및 수주 의미

이번에 한수원이 수주한 체코 신규 원전 사업은 수도 프라하에서 남동쪽으로 약 180km 떨어진 두코바니(Dukovany) 지역에 1200MW(메가와트)급 가압경수로(PWR) 원전 2기를 건설하는 프로젝트입니다. 체코 정부는 향후 두코바니 지역에 2기를 추가 건설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어서, 사업 규모는 최대 4기, 약 50조 원 이상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번 수주의 의미는 다각도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 경제적 파급 효과: 26조 원이라는 막대한 사업비는 국내 원전 기자재 중소·중견기업들의 해외 판로 개척, 일자리 창출, 그리고 국가 경제 성장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특히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침체되었던 국내 원전 생태계 복원에 강력한 동력이 될 전망입니다. 두산에너빌리티를 비롯한 원전 주기기 공급업체, 건설사, 설계 및 엔지니어링 기업 등 광범위한 분야에 걸쳐 낙수효과가 예상됩니다.
• K-원전 기술력 입증: 이번 수주는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 한국형 원전 APR1000(UAE 수출 모델 APR1400 기반으로 유럽 사업자 요건에 맞춰 안전성 등을 강화한 모델)의 우수성과 안전성을 다시 한번 국제적으로 공인받았다는 의미를 지닙니다. 특히 원전 종주국 중 하나인 프랑스와의 치열한 경쟁 끝에 얻은 성과라는 점에서 그 가치가 더욱 큽니다.
• 에너지 안보 및 외교적 성과: 체코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을 절감하며 탈(脫)러시아 에너지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이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 파트너로서의 신뢰를 얻었다는 점은 향후 유럽 시장 진출 확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또한, 양국 간 경제 협력 강화 및 우호 관계 증진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입니다.
• 16년 만의 숙원 달성 및 향후 수출 교두보 확보: 2009년 UAE 바라카 원전 이후 대형 원전 수출이 전무했던 상황에서, 이번 체코 원전 수주는 'K-원전' 수출 재개의 신호탄이자, 폴란드, 영국, 네덜란드, 사우디아라비아 등 다른 잠재적 원전 도입 국가들과의 협상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특히 폴란드의 경우 퐁트누프 지역 신규 원전 사업에 대한 한수원의 협력이 진행 중이어서 긍정적 시너지가 기대됩니다.

2. 한수원의 수주 성공 요인

한수원의 이번 수주 성공 배경에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 UAE 바라카 원전의 성공적 수행 경험: '사막의 기적'이라 불리는 UAE 바라카 원전 사업은 정해진 공사 기간과 예산 내에서 성공적으로 건설 및 운영되고 있어, K-원전의 신뢰도를 크게 높였습니다. 특히 1~4호기가 순차적으로 상업 운전에 돌입하며 안정적인 전력 공급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이 높이 평가받았습니다.
• 기술력과 안전성: 한수원이 제안한 APR1000 노형은 이미 국제적으로 안전성을 입증받은 APR1400을 기반으로 체코의 요구사항과 유럽의 최신 안전 기준을 충족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특히 유럽 사업자요건(EUR) 인증을 받은 EU-APR 노형을 통해 기술적 신뢰도를 확보했습니다.
• 가격 경쟁력 및 사업 수행 능력: 한수원은 경쟁사 대비 합리적인 건설 비용과 함께, 뛰어난 사업 관리 능력, 그리고 한국 내 강력한 원전 기자재 공급망을 바탕으로 한 사업 수행 능력을 어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팀 코리아' 컨소시엄을 통해 국내 유수의 기업들이 참여, 시너지를 극대화한 점도 주효했습니다.
• 정부의 강력한 지원 의지: 윤석열 정부는 출범 이후 원전 산업 육성을 국정과제로 내세우고, 원전 수출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왔습니다.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직접 체코를 방문하거나 체코 측 인사들과 접촉하며 수주 지원에 총력을 기울인 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 외교부 등 관계 부처의 유기적인 협력과 지원이 빛을 발했습니다.

3. 프랑스 EDF의 반발과 사업 추진의 불확실성

그러나 최종 계약까지 순탄한 길만 남은 것은 아닙니다. 입찰 과정에서 탈락한 프랑스 국영 에너지기업 EDF가 강력하게 반발하며 법적 대응을 시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EDF는 체코 현지 법원에 입찰 과정의 공정성 문제를 제기하며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있으며,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에도 관련 문제를 제소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EDF 측은 한수원이 제시한 가격이 지나치게 낮아 공정한 경쟁을 해쳤다거나, 특정 기술 요건 평가에서 불이익을 받았다는 등의 주장을 펼칠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이러한 EDF의 법적 대응은 사업 추진 일정에 차질을 빚게 할 수 있습니다. 소송이 장기화될 경우, 최종 계약 체결이 지연되거나 최악의 경우 사업 자체가 원점으로 돌아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과거에도 국제 입찰에서 탈락한 기업이 소송을 통해 사업 결과를 뒤집으려 시도한 사례가 종종 있었습니다.

이에 대해 한수원과 한국 정부는 입찰 과정이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행되었으며, 법적 문제에 대해 철저히 대비하고 있다는 입장입니다. 체코 정부 역시 자국의 법 절차와 EU 규범에 따라 공정하게 사업자를 선정했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4. 향후 전망 및 과제

EDF의 반발이라는 변수가 존재하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한수원의 우선협상대상자 지위가 번복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습니다. 체코 정부가 에너지 안보와 경제적 이익을 고려해 신중하게 내린 결정인 만큼, 법적 공방이 벌어지더라도 큰 흐름을 바꾸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수원과 정부는 다음과 같은 과제에 집중해야 할 것입니다.

• 법적 분쟁에 대한 철저한 대비: EDF가 제기할 수 있는 모든 법적 쟁점에 대해 면밀히 검토하고, 체코 및 EU 법률 전문가들과 협력하여 빈틈없는 대응 논리를 마련해야 합니다.
• 체코 정부 및 의회와의 긴밀한 소통: 최종 계약 체결까지 체코 정부 및 의회와의 신뢰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고, 사업의 당위성과 한국의 이행 능력을 지속적으로 설득해야 합니다.
• 성공적인 사업 수행 준비: 법적 문제와 별개로, 실제 사업 착수를 위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합니다. 기자재 조달, 인력 확보, 현지화 전략 등 세부 계획을 빈틈없이 수립하여 UAE 바라카 원전의 성공 신화를 재현해야 합니다.
• 국내 원전 생태계 경쟁력 강화: 이번 수주를 계기로 국내 원전 기자재, 건설, 설계, 운영 등 전반적인 생태계의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려야 합니다. 지속적인 기술 개발과 인력 양성을 통해 K-원전의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해야 합니다.

결론

한수원의 체코 원전 사업 수주는 한국 원전 산업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중요한 성과입니다. 16년 만에 이룬 대규모 원전 수출이라는 점, 원전 종주국과의 경쟁에서 승리했다는 점, 그리고 침체되었던 국내 원전 생태계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매우 큽니다.

물론 프랑스 EDF의 반발이라는 마지막 관문이 남아있지만, 철저한 준비와 대응을 통해 이를 슬기롭게 극복한다면 K-원전은 체코를 발판 삼아 유럽 시장은 물론 전 세계 원전 시장으로 뻗어나가는 새로운 전기를 맞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번 수주가 단순한 일회성 성공을 넘어, 대한민국이 명실상부한 글로벌 원전 강국으로 도약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