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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담쟁이

경주 국립박물관 탐방기 2-신라 예술의 정수 신라미술관과 월지관 본문

발길따라

경주 국립박물관 탐방기 2-신라 예술의 정수 신라미술관과 월지관

돌담쟁이 2025. 4. 23.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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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는 그 자체로 거대한 야외 박물관이다.
걷는 길목마다 유적이 있고, 눈길이 닿는 곳마다 역사의 흔적이 살아 숨 쉰다.
그리고 그 중심엔  경주 국립박물관이 있다.

이번 여행에서 나는 이 박물관의 신라미술관월지관(불교미술관)에서 새로운 신라의 모습에 경이로움을 느꼈다.
여행자의 발걸음이 닿는 곳에서, 신라 천년의 미와 정신, 예술과 신앙이 눈앞에 펼쳐졌다.

 

다양한 신라미술의 정수를 보여준다.


수막새/너무나 유명한 작품

신라미술관 – 장인들의 손끝에서 피어난 신라의 미학

신라미술관은 말 그대로 신라 예술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공간이다. 금속, 토기, 목재, 장신구에 이르기까지 당시 장인들의 숨결이 배어 있는 유물들이 이곳에 모여 있다.

섬세함의 극치, 금속공예

신라 금속공예는 이미 금관에서 한 차례 감탄을 자아냈지만, 신라미술관에서는 보다 실용적이면서도 예술적인 다양한 금속 유물들을 만날 수 있다. 정교하게 세공된 은제 수저, 금동 장신구, 동제 장식품들은 당시 신라 귀족들의 미적 감각과 장인정신이 얼마나 뛰어났는지를 보여준다.

특히 눈에 띈 것은 유리옥과 금속이 조화를 이룬 귀걸이와 반지. 단순한 장식품이 아니라 당시의 문화, 신분, 그리고 미적 세계관이 담긴 조각들이다. 하나하나 천천히 들여다보면, 장인의 혼이 느껴진다.

토기와 도기의 미학

이곳에는 생활 속에서 사용되던 다양한 토기와 도기들도 전시되어 있다. 그 중 눈에 띄는 건 벌집모양 토기, 동물 형상을 한 토우(土偶) 들이다. 기능성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추구한 신라인들의 감성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또한, 단순한 그릇 하나에도 균형과 비율을 따지는 신라인들의 미의식이 살아 있다. 신라미술관을 거닐다 보면, 예술이란 거창한 것이 아닌 삶과 밀착한 감각이라는 생각이 든다.


불교미술관 전시실

월지관(불교미술관) – 신라인의 마음속 불국토

박물관의 한켠, 조금은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의 전시관이 있다.
바로 월지관, 또 다른 이름으로는 불교미술관이라 불리는 공간이다.

신라가 삼국을 통일한 후, 불교는 단지 종교가 아니라 국가적 이념이자 예술의 원천이 되었다.
그 정점에 선 작품들이 바로 이 공간에 모여 있다.

 

약사여래상

🌿 치유의 부처, 약사여래불상

월지관에 들어서면 차분한 조명 아래에서 조용히 빛나는 불상이 눈에 들어온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약사여래불상이다. '약사'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병을 고치고 생명을 지켜주는 부처다.

✦ 약사여래란?

불교에서 약사여래는 동방 유리광 세계를 다스리는 부처로,
중생의 육체적 고통뿐 아니라 마음의 병까지 치유하는 존재로 믿어진다.

약사여래는 왼손에 약단지를 들고 있는 모습으로 자주 표현되는데,
이는 그가 중생에게 치유의 약을 나누어 준다는 의미다.

✦ 경주의 약사여래불상 특징

월지관에 전시된 약사여래불상은 신라 후기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부처의 얼굴은 자비로 가득하고, 온화하면서도 깊은 명상에 잠긴 듯한 표정이 인상적이다.
보통 **좌상(앉아 있는 모습)**으로 표현되며, 두 손 모양(수인)은 진언과 기도를 상징한다.

정제된 조각과 부드러운 윤곽선은 신라 불상 특유의 내면적 고요함과 정신성을 잘 보여준다.
몸에서 풍기는 부드러운 곡선미는, 보는 이의 마음까지 편안하게 만든다.


🌼 자비의 상징, 십일면관음보살상

약사여래불상과 함께 많은 이들이 발걸음을 멈추는 또 하나의 유물,
그것은 바로 십일면관음보살상이다. 자비를 상징하는 관음보살은 많은 얼굴을 가진 특별한 형태로도 만들어졌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십일면관음(十一面觀音)’이다.

✦ 십일면관음이란?

십일면관음은 말 그대로 열한 개의 얼굴을 가진 관음보살이다.
왜 얼굴이 많을까? 그것은 온 세상의 고통받는 이들을 더 잘 보고, 듣고, 도와주기 위함이다.
모든 방향에서 고통의 소리를 들을 수 있고, 모든 중생에게 자비의 손길을 내밀 수 있도록 한 상징이다.

  • 정면엔 자비로운 본래 얼굴
  • 측면에는 분노의 얼굴, 슬픔의 얼굴, 미소 짓는 얼굴…
  • 맨 위에는 부처의 얼굴이 놓이기도 한다. 이것은 보살이 지닌 **불성(佛性)**을 의미한다.

✦ 월지관의 십일면관음보살상 특징

경주 국립박물관의 십일면관음보살상은 정교한 조각미가 돋보인다.
얼굴은 부드럽고 균형 잡힌 조화를 이루며, 머리 위로 겹겹이 올라간 얼굴들이
정성스럽게 표현되어 있다. 특히 각 얼굴의 감정 표현이 미묘하게 다르다는 점에서
조각가의 뛰어난 표현력이 드러난다.

이 보살상은 '한 손에는 정병(淨甁, 깨끗한 물병)'을 들고, 다른 손은 중생을 향해 내밀고 있는 모습으로 표현되곤 한다.
이런 모습은 곧 ‘자비로 중생의 고통을 씻어주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불교미술관의 여러 불상들


🕯️ 마음을 머무르게 하는 공간

이 두 불상은 단순한 예술 작품이 아니라, 신라인들의 신앙과 염원이 깃든 상징이다.
병을 고치고 고통을 어루만지는 약사여래,
온 세상의 슬픔을 함께 짊어지고자 여러 얼굴을 지닌 십일면관음보살.
그 앞에 서면 마치 천 년 전 신라인들과 함께 기도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월지관은 조명이 어둡고 조용해서, 감상보다는 마음으로 마주하는 시간에 가깝다.
그 안에서 약사여래의 부드러운 시선, 관음보살의 따뜻한 미소를 따라가다 보면
지친 마음이 조금씩 풀어지는 걸 느낄 수 있다.

 

금동불상

금동불상 – 작지만 강렬한 존재감

전시실 중앙에는 크고 작은 금동불상들이 줄지어 전시되어 있다. 놀랍게도 대부분은 높이가 10cm 남짓한 소형 불상들이지만, 그 조각의 정교함과 표정의 섬세함은 감탄을 자아낸다.

특히 반가사유상은 많은 여행자들이 감동을 받는 유물이다. 무릎 위에 한 손을 얹고 깊은 생각에 잠긴 부처의 모습은 마치 인간의 번뇌를 꿰뚫는 듯한 힘을 지녔다. 그 눈빛을 마주하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마음이 조용해지고, 깊은 명상에 빠져드는 듯한 기분이 든다.

불교회화와 공예 – 신앙과 예술의 경계

월지관에는 불상뿐 아니라, 불교 관련 회화, 불탑 모형, 향로, 광배 등 다양한 유물들이 함께 전시되어 있다.
그 중에서도 불탑의 축소 모형은 특히 흥미롭다. 월지와 황룡사, 불국사 등에서 영감을 받은 탑 구조는 신라인들의 건축 미학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또한 연꽃 문양이 새겨진 향로와 사리기 등은 신라인들의 정성과 공경심이 어떠했는지를 보여준다. 불교 예술은 그 자체로 절제된 아름다움 속에 깊은 신앙심이 스며 있는 작품들이다.


여행자에게 전하는 작은 팁

  • 신라미술관과 월지관은 경주 국립박물관의 상설전시관으로, 입장료는 없다.
    누구나 부담 없이 예술과 역사의 향기를 느낄 수 있다.
  • 전시 공간은 조용하고 조명이 차분해 집중해서 유물을 감상하기 좋다.
  • 해설 앱이나 QR코드를 통해 설명을 들으면 이해도가 훨씬 높아진다.
  • 인스타 감성의 사진은 신라미술관보다는 야외 조형물이나 에밀레종 앞에서 촬영하는 것이 좋다.
    실내는 유물 보호를 위해 플래시 촬영이 제한된다.

예술은 삶의 다른 이름이었다

경주 국립박물관의 신라미술관과 월지관은 단순히 유물을 전시하는 공간이 아니다.
이곳은 예술을 통해 역사를 말하고, 종교를 통해 인간의 내면을 비춘다.

신라인들은 단순히 기능적인 물건을 만들지 않았다. 그들은 아름다움을 추구했고, 그 속에 마음을 담았다.
신라의 금속공예, 토기, 불상, 회화 하나하나가 지금 우리에게도 울림을 주는 이유는
그 안에 담긴 인간의 진심이 시대를 넘어 공명하기 때문이다.

여행을 끝내고 박물관을 나서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역사를 본다는 건, 결국 사람을 보는 일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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