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사고 원인 ‘조종사 과실’ 논란… 유족·노조 반발 격화
2024년 12월 29일 발생한 무안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에 대한 사고조사 결과와 이를 둘러싼 유족 및 조종사노조의 강력한 반발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는 조종사의 엔진 오작동 판단과 조류 충돌에 따른 사고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언급했지만, 유족들과 제주항공 조종사노동조합은 조종사 개인에게 책임을 전가하려는 시도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사조위는 2024년 7월 19일 무안공항에서 언론을 대상으로 사고조사 중간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유가족 측의 반대로 인해 공식 발표가 무기한 연기된 상태입니다.
사조위 조사 결과 요약: “조종사가 문제 없는 엔진을 정지시켰다”
사조위는 제주항공 사고기의 양쪽 엔진을 프랑스 파리로 이송하여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 연방항공청(FAA), 보잉 등 전문가들과 함께 정밀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우측 엔진이 조류 충돌로 인해 손상을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조종사가 좌측 엔진을 정지시킨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습니다.
이로 인해 사고기는 양쪽 엔진 모두 출력을 상실했으며, 전력을 공급하던 '엔진전력장치(IDG, Integrated Drive Generator)'가 멈추면서 블랙박스인 '비행자료기록장치(FDR)'와 '조종실 음성기록장치(CVR)'도 작동을 멈췄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는 착륙장치 작동 불능 및 비행 제어력 상실로 이어질 수 있는 매우 중대한 사안입니다.
유족 측 반발: “확정되지 않은 조사 결과, 신뢰할 수 없다”
유가족 협의회는 사고 직후부터 조사 과정의 투명성과 전문성 부족을 꾸준히 지적해왔습니다. 사조위가 최종 보고서가 발표되지 않은 시점에서 조종사 과실을 기정사실처럼 언급했다는 점에 강하게 반발하며, 사고 원인 발표를 위한 설명회 개최에도 반대 의사를 밝혔습니다.
유족 측은 “항철위가 제대로 된 조사 역량도 갖추지 못한 채 결론을 서두르고 있으며, 중요한 기술적 정보와 핵심 증거들이 누락되어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특히, 유족들은 FDR·CVR 등 블랙박스 데이터의 전체 공개를 요구했으나, 사조위 측은 이를 아직 수용하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조종사노조 성명 발표: “조종사 책임 몰아가기 중단하라”
제주항공 조종사노동조합 또한 사조위 발표에 대해 강력한 비판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노조는 “사고 초기 양쪽 엔진 모두에서 조류 충돌 흔적이 발견됐다는 사조위 발표가 있었는데, 지금 와서 정상 작동 중인 왼쪽 엔진을 조종사가 껐다는 표현은 명백한 사실 왜곡”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아직 공식 사고조사 보고서가 발간되지 않았음에도 조종사 과실을 언론에 흘리고 있는 것은 명백한 언론 플레이이자, 조종사 개인에게 책임을 전가하려는 시도”라고 지적했습니다.
노조는 “항철위는 편향된 발언을 중단하고, 독립적이고 객관적인 사고조사 체계로 즉시 전환해야 한다”며, “후진국형 사고조사 방식에서 벗어나 조직적 책임을 포함한 전면적인 재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조사 투명성과 전문성 논란… 향후 과제는?
이번 사건은 단순한 항공사고 원인 규명을 넘어서, 대한민국 항공안전 체계 전반에 대한 신뢰 문제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특히 유족과 조종사노조가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문제는 사조위의 정보 공개 부족, 전문가 검증 부족, 그리고 사고 원인 발표 방식의 일방성입니다.
항공사고는 단일 원인보다는 '복합적 요인(인적 요인, 기술적 결함, 외부 환경 등)'이 작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조종사 판단 실수만을 사고 원인으로 단정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결론: 조종사 과실 단정은 시기상조… 객관적 재조사 요구 커져
무안 제주항공 참사는 179명의 목숨을 앗아간 비극적인 사건입니다. 이에 대한 사고조사는 단순한 과실 규명을 넘어, 책임소재 명확화와 재발 방지 시스템 구축이라는 차원에서 이뤄져야 합니다. 하지만 사조위가 정밀 조사 보고서 발표 이전에 과실 여부를 언급하면서 신뢰를 잃고 있으며, 유족과 조종사노조의 강력한 반발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정치적·조직적 책임에서 자유로운 독립 조사, 전문가 및 유가족 참여를 통한 투명한 과정, 그리고 FDR·CVR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과학적 분석입니다. 조종사 개인에게만 책임을 묻는 방식은 오히려 진실 규명과 시스템 개선을 막는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