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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담쟁이의 산책

그 여름의 끝

by 돌담쟁이 2020. 5. 31.

 

그 여름 나무 백일홍은 무사하였습니다.

한차례 폭풍에도 그 다음 폭풍에도 쓰러지지 않아

쏟아지는 우박처럼 붉은 꽃들을 매달았습니다.

 

그 여름 나는 폭풍의 한가운데 있었습니다.

그 여름 나의 절망은 장난처럼 붉은 꽃들을 매달았지만

여러차례 폭풍에도 쓰러지지 않았습니다.

 

넘어지면 매달리고 타올라 불을 뿜는 나무 백일홍 억센 꽃들이

두어 평 좁은 마당을 피로 덮을때,

장난처럼 나의 절망은 끝났습니다.

 

 

  -이성복-

 

 

 

 

 

 

이제 시작하는 여름인데 아마도 난 여름의 끝에는

이런 시원한 풍경을 볼수있을거라는 보장이 없어서..